계약관리는 계약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일 ( by 사내변 B )

계약관리는 계약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일 ( by 사내변 B )

본 글 <계약관리는 계약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일> 은 국내 기업 법무팀에 소속된 <사내변 B>의 글 입니다.
계약관리는 계약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일

사내법무에서 계약관리는 계약서 파일을 보관하는 일이 아니라, 계약을 통해 발생한 권리·의무·리스크·일정·후속조치를 관리하는 일이다. 즉, 계약 체결 전 검토에서 끝나지 않고, 계약의 요청, 검토, 승인, 체결, 이행, 변경, 종료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업무이다.

따라서 좋은 계약관리시스템은 단순 저장소가 아니라, 계약의 흐름과 관리 포인트를 확인하고 사업부와 법무팀이 같은 맥락에서 계약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1. 계약서를 잘 쓰는 것은 계약관리의 시작일 뿐

회사에서 새로운 매출처를 찾았다고 가정해 보자. 상대방과 거래조건을 협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거래조건은 상대방과 나의 협상력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거래조건의 협의를 마치면, 그 내용을 문서에 담아 서로 서명·날인하고 보관한다. 이 문서를 계약서라고 한다. 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성립하고, 계약서는 그 합의 내용을 증명하는 문서이다.

당연히 계약에서 적절한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사내법무에서도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실제로 계약서 작성과 검토에 많은 에너지가 투입된다. 로펌과의 협업이 많이 발생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회사는 로펌에 특정 계약서의 위험 조항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중요한 거래라면 협상 초기 단계부터 외부 변호사가 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정교하고 안전한 계약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사내법무의 계약관리는 그 결과물인 계약서를 완성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사내법무의 계약관리는 로펌의 계약 검토와 초점이 다르다. 회사 입장에서 계약서를 잘 작성하는 것은 계약관리의 시작에 가깝다. 오히려 계약관리의 대상은 계약서라는 문서만이 아니라, 계약을 통해 발생한 권리와 의무의 전체 흐름이다.

그럼에도 실무에서 체결을 마친 계약서는 종종 비용 처리나 정산을 위한 증빙 자료처럼 취급된다. 거래가 있었고, 지출이 필요하며, 내부 결재를 거쳤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처럼 다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서 파일을 스캔해 보관하고 있고, 필요할 때 확인할 수만 있다면 계약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계약서는 영수증이 아니다. 관리해야 할 권리∙의무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이다.

계약관리의 핵심은 계약을 통해 형성된 법적 효과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계약서를 관리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계약을 관리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계약서를 잘 쓰는 것은 계약관리의 시작일 뿐

2. 계약 관리가 어려운 이유

계약을 관리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법적인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실무적인 이유이다.

먼저 법적 관점에서 보면, 계약은 언제나 회사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계약의 내용은 사업적 필요, 협상력의 차이, 거래 일정, 상대방과의 관계, 시장 상황, 비용과 수익의 균형 속에서 만들어진다. 일정한 리스크를 인식한 상태에서, 사업적 필요에 따라 그 조건을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불리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잘못된 계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해당 계약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계약관리에서 계약 체결의 히스토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준계약서와 다른 조건이 들어간 이유, 법무팀이 지적한 리스크, 사업부가 설명한 필요성, 최종 승인권자의 판단, 체결 이후 관리해야 할 사항이 함께 기록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불리한 조건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조건을 어떤 이유로 수용했는지, 누가 그 리스크를 인식하고 승인했는지, 체결 이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이다.

두 번째는 실무적인 이유이다. 계약 체결에는 여러 부서가 관여한다. 사업부서는 거래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법무팀은 계약 조건과 법적 리스크를 검토하며, 재무 부서는 비용과 편익을 확인하고, 최종 결재권자는 거래 진행 여부를 승인한다.

그러나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갱신 기한을 누가 확인할 것인지, 검수 기간을 누가 챙길 것인지, 상대방의 의무 이행 여부를 누가 점검할 것인지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계약 체결 이후의 관리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배분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토록 공들여 작성하고 보관한 계약서는 남아 있어도, 정작 계약 관리를 위한 정보는 여러 곳으로 흩어져버린다. 자동갱신, 해지 통지, 검수 및 이의제기 기간, 정산 조건, 산출물 권리 이전, 개인정보 파기 의무, 비밀유지 기간 등 계약의 체결 이후에 챙겨야 할 사항들이 개별 담당자의 기억, 메일함, 메신저 대화, 별도 엑셀 파일에 남겨진다.

문제는 이렇게 흩어진 정보들이 계약의 법적 효과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갱신 거절 통지 기한을 놓치면 원하지 않는 계약이 연장될 수 있다. 검수 기간을 놓치면 하자를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계약 변경 이력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으면 나중에 상대방과 권리·의무 범위를 다투게 될 수 있다. 불리한 조항을 수용한 배경이 남아 있지 않으면 사후적으로 그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계약관리는 개인의 기억이나 개별 부서의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계약의 히스토리, 리스크 수용 배경, 승인 과정, 사후관리 포인트가 시스템화되어야 한다. 계약관리는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하고 보관하는 업무가 아니라,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계속 관리되어야 하는 업무이다.

계약 관리가 어려운 이유

3. 일반 업무 도구로는 부족한 계약관리

계약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위와 같은 점 외에도,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업무 도구가 이러한 어려움을 더 키우는 측면도 있다.

실무상 계약서 검토는 주로 워드 프로그램의 “변경 내용 추적”이나 “메모” 기능을 활용해 이루어진다. 법무팀은 조항을 수정하고, 위험해 보이는 부분에 의견을 남기며, 사업부는 그 의견을 확인한 뒤 상대방과 다시 협의한다. 이 과정 자체는 익숙하고 효율적이다. 계약서 문구를 직접 고치고, 수정 전후를 비교하고, 쟁점에 대한 의견을 남기기에는 워드 문서가 여전히 유용한 도구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계약 검토가 몇 차례 오가다 보면 다양한 버전의 파일이 생긴다. 최초 초안, 법무 검토본, 사업부 수정본, 상대방 수정본, 최종본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저장된다. 여기에 이메일, 메신저, 회의자료, 전자결재 문서까지 더해지면 계약과 관련된 정보는 여러 곳으로 흩어진다. 최종 계약서는 찾을 수 있지만, 어떤 조항이 어떤 이유로 바뀌었는지, 법무팀이 지적한 위험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사업부가 어떤 판단으로 그 조건을 수용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표준계약서의 문제도 있다. 회사 차원의 공식 표준계약서가 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특정 부서나 특정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이른바 ‘표준 아닌 표준’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사용했던 계약서를 조금씩 수정해 다시 쓰거나, 특정 팀 안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던 양식이 사실상 기준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 계약서 양식 자체가 언제, 어떤 이유로 바뀌었는지, 법무 검토를 거친 버전인지, 특정 리스크가 이미 반영된 양식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담당자가 바뀌면 문제는 더욱더 커진다. 해당 계약을 검토한 사람이 남아 있을 때에는 “이 조항은 이런 이유로 수용했다”, “이 부분은 갱신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과 이렇게 협의된 내용이 있다”는 설명이라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타 부서로 이동하거나 퇴사하면 계약의 맥락도 함께 사라져버린다.

이 때문에 사내법무의 계약관리는 단순히 파일을 보관하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계약의 어떤 부분이 표준과 달라졌는지, 어떤 조항이 위험 요소로 지적되었는지, 그 위험을 왜 수용했는지, 이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는지까지 하나의 흐름 안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계약관리 업무 자체가 시스템화되어야 한다.

일반 업무 도구로는 부족한 계약관리

4. 계약관리시스템은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가

계약관리시스템이 계약관리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계약서를 저장하고 검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계약서를 많이 보관하는 것만으로는 계약의 생애주기를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약관리시스템은 계약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수정되었으며, 체결 이후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해당 계약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가 한곳에 모일 수 있어야 한다. 계약 상대방, 담당 부서, 계약 금액, 계약 기간, 관련 첨부자료, 사업부의 요청 내용, 법무팀의 검토 의견 등이 서로 흩어져 있으면 계약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계약서를 열어보기 전에도 해당 계약이 어떤 거래인지, 누가 담당했는지, 어떤 쟁점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계약서가 수정되어 온 흐름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표준계약서를 기초로 어떤 조항이 수정되었는지, 상대방과의 협의 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반영되었는지, 법무팀이 지적한 리스크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되었는지가 남아야 한다. 최종 계약서는 결과를 보여주지만, 계약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해당 계약의 검토 결과와 관리 포인트가 기록되어야 한다. 특히 회사에 불리한 내용이나 체결 이후 별도로 관리해야 할 조건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리스크를 인식했는지, 그 리스크를 왜 수용했는지, 누가 승인했는지, 이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는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그 계약의 맥락을 다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좋은 계약관리는 사업 영역과 법무 영역을 분리하지 않는다. 사업부는 거래의 필요성과 실행 조건을 설명하고, 법무팀은 법적 리스크와 관리 포인트를 제시하며, 승인권자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하나의 계약관리 흐름 안에서 연결되어야 한다.

계약관리시스템은 그 흐름을 보이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단순히 흩어진 계약서 파일을 모으는 것을 넘어, 계약과 관련된 정보, 수정 과정, 검토 결과, 승인 배경, 사후관리 포인트를 연결하고, 법무팀과 사업부가 같은 맥락 위에서 계약을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좋은 계약관리시스템은 계약서를 저장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계약의 배경, 수정 과정, 검토 결과, 승인 내역, 사후관리 포인트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도구이다.

* 계약관리는 계약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일 by 사내변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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